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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ff Centered Pauses

Sarah Almehairi

2023. 9. 4 - 10. 7

Off Centered Pauses
최재우

사라 알메하이리(Sarah Almehairi)의 작업이 주는 첫인상은 ‘정돈’, ‘균형’ 등의 단어들로 표현될 수 있을 것이다. 자연스러운 색상과 선형적 요소의 조합은 특유의 정제된 느낌과 안정감을 뿜어낸다. 그러나 작품 앞에 멈춰 서서 자세히 들여다보면, 각각의 작품이 전통적인 형태와 구조에 도전하듯 모순과 불균형으로 가득 차 있다는 사실을 또한 깨닫게 된다. 작가는 “off centered(중심을 벗어난, 불안정한, 균형을 잃은)”의 개념과 연관된 수많은 상황과 경로에 대한 탐색을 부드럽고 자연적인 색감을 통해 풀어냄으로써, 사실은 불균형적이고 모순적인 것을 안정적이고 자연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우리 스스로의 모습을 직면하게 한다.

<Off Centered Pauses>는 조각과 회화, 그리고 둘 사이를 넘나드는 혼합 작업을 통해 “선”의 변화 가능성에 대해 탐구한다. 선은 가장 기본적인 구성 요소 혹은 구조의 기초로서 다양한 기능을 수행한다. 영역을 분리하고 경계를 표시하며, 방향을 제안하고, 두 요소를 연결하거나 분리할 수도 있다. 이러한 선의 역동적인 특성과 관련하여 “그리드(grid)”의 개념은 Off Centered 시리즈의 기반이 되는 중요한 관념 중 하나이다. 그리드란 ‘가로, 세로의 직선이 같은 간격으로 직각으로 교체해 나가는 모양의 무늬’를 의미하는데, 작가들은 그리드가 가지는 이러한 전통적인 의미를 받아들여 그리드가 제시하는 미리 정렬된 구조에 순응하는 방식으로 작업을 행할 수도 있고, 그리드를 비전형적으로 변형함으로써 새로운 방식으로의 탐구를 이어 나갈 수도 있다. 알메하이리는 이 두가지 갈림길 중 후자를 선택하여, 선의 배치에 관한 실험을 통해 새롭고 변주된 형태의 그리드를 만들어내고자 하였다. 작가는 이번 전시를 통해 전통적인 조각과 회화의 형태의 틀을 깨는 새로운 구조를 창조함으로써 두 영역의 경계를 초월하는 동시에 하나로 결합하는 과정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뿐만 아니라 작가의 작업에는 ‘일관성과 일탈’, ‘조직화된 구조와 불균형’, ‘평행과 연장, 확장, 비대칭’ 과 같은 대조적이고 상반되는 개념이 공존한다. 작가는 선형 요소의 활용과 배치를 통해 이러한 수많은 불균형성과 모순성, 불완전성을 표현하고자 하였다. 캔버스에 직접 물감으로 덧칠한 획, 나무 조각을 부착함으로써 생겨난 연결선 등 다양한 형태의 선이 표현되는데, 이들 모두 앞서 언급한 이분화 적인 감각들의 공존을 유발하는 주요 요인이다. 선들 사이의 균등하지 않은 간격과 틈은 완벽한 대칭을 흐트러뜨리고, 캔버스의 모서리에 그어지거나 연결된 나무 조각으로부터 뻗어 나오는 사선들은 시선을 분산시키며, 칠해진 캔버스와 나무 테두리 안의 텅 빈 공간들이 병렬적으로 이어져 있는 모습은 대조적인 개념을 연이어 보여준다. 이러한 모순성과 불균형성은 작품을 감상하는 이로 하여금 충분히 불편하고 불안정한 느낌을 받게 할 수도 있으나, 작가는 그러한 방식을 택하는 대신 위 개념들을 고요하고 차분한 감각으로 풀어내고자 하였다. 그리고 이로 인해 우리는 여전히 작가의 작품 자체를 편안하고 미적으로 보기 좋다고 인식한다.
알메하이리의 전반적인 작업은 대체로 차분하고, 톤 다운된 느낌을 주며 부드러우면서도 시적인 시각적 요소를 포함한다. 이러한 감각들은 이번 전시에서 새롭게 선보이는 작품들에 사용된 자연적인 흙빛 색감(earthy and natural palette)을 통해 더욱 고스란히 느껴진다. 네이비, 밝은 빨강색, 네온 오렌지와 같은 비교적 더 선명하고, 무게 있고, 날카로운 색상이 사용되었던 기존의 일부 페인팅 및 Building Blocks 시리즈와는 달리 <Off Centered Pauses>에서 보여지는 작품들은 낮은 채도의 흐릿한 베이지색과 노란색, 다양한 범주의 이끼 빛 녹색, 빛 바랜 민트색과 청록색, 그리고 간간히 엄숙함과 무게를 더해주는 검은색과 원목의 브라운과 같은 ‘자연과 농토의 톤’으로 관람객을 끌어안는다. 여기에 가공되지 않고 재활용한 나무 조각과 기본 캔버스 자체의 색감과 질감은 토지와 관련된 보편적인 감각을 더해준다. 이러한 색상 팔레트의 사용은 작품이 모순적이고 불균형적인 요소로 가득 차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작품과 상호작용할 때 불편함이나 이질감보다는 친숙함과 안정감을 느끼게 한다.

기하학적이고 구성적인 선의 요소가 완화된 색감의 바탕 위에 놓여질 때, 비로소 서술적이고 구조적인 의미가 동시에 형성되기 시작한다. 관람객들은 각 작품의 제목 뿐만 아니라 전시 공간 내 서로 옆에 위치한 작품들 사이 관계에 대해서도 고민하고 사유하며 그들만의 질문을 전개하게 된다. 작가의 정기적인 작업 노트와 우리가 일상에서 “off centered”의 개념과 마주치게 되는 수많은 경우에 대한 사고로부터 비롯된 작품의 제목들은 유형적이고 감각적인 주제들을 두루 다룬다. Off Centered Daylight, Off Centered Grounds, 그리고 Off Centered Steps이 우리를 둘러싼 환경에서 발견되는 주제에 주목한다면, Off Centered Stillness, Off Centered Harmony, 그리고 Off Centered Secrets와 같은 작품은 우리 내면에서 마주할 수 있는 경험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작가는 “이렇게 외부와 내부의 주제를 나란히 제시함으로써 우리가 마주하는 주변 환경에 대한 물리적이고 지각적인 관계의 교착점에서 더 많은 대화가 이루어질 수 있다”고 설명한다.

우리는 대체로 잘 통제된 상황을 선호하고 완전한 균형을 이루는 모습에 매력을 느끼곤 한다. 하지만 실상 우리의 삶과 사회를 살펴보면, 우리가 잘 정돈되어 있고 균형 잡혀 있는 것이라 생각한 것들도 사실 여러 불균형과 모순의 연속으로 이루어진 것인 경우가 많다. 사라 알메하이리의 작업은 특유의 시각적 요소를 통해 우리를 끌어들인 다음, 작품에 내포된 “off centered”한 요소를 인식하게 함으로써 우리에게 사유의 시간(pauses)을 제공한다. 작가가 선과 색감을 활용한 방식을 이해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되는 담론은, 완벽하지 않고 일관되지 않은 점들이야 말로 진정으로 자연스러운 것이라는 깨달음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그러한 사실을 받아들임은 스스로에게 또다른 평안을 선사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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