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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HIBITION

JJ 중정갤러리에서 12월 22일 (화)부터 1월 9일(토)까지 박진규 작가의 첫 개인전을 개최한다. 
대단히 유니크한 작업 방식과 색감으로 많은 사람들이 기대하고 있는 신진작가이다. 2015 아트마이애미 컨텍스트에서 전 작품이 솔드아웃 되는 놀라운 성과를 거두었으며 더욱이 뉴욕, 이탈리아의 미술 관계자들이 작품을 구입해 앞으로의 활동이 기대되고 있다. 

박진규의 작업은 캔버스라는 대지 위에 세워진 건축과 같다. 그는 체계적으로 교차되는 선들로 평면적인 2차원의 캔버스 위에 3차원의 공간을 구성한다. 그가 구축하는 공간은 외부와 단절된 공간이 아니라 안과 밖을 자유로이 넘나드는 공간이며, 비워진 공간으로 채워지는 무한히 확장되는 공간이다. 수직선과 수평선 그리고 대각선으로 구성된 화면은 대립과 조화, 균형과 파격, 정지와 역동과 같은 이원론적인 요소들의 합일을 이루고 있다. 이는 헤겔의 변증법에서 논하는 ‘정(正)-반(反)-합(合)’의 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는데, 극단적으로 대립하는 수직선과 수평선은 그들이 직각으로 교차하는 지점에서 조화와 합일을 이루며 공존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대각선은 또 다른 수직-수평선이 45도 기울어진 상태로서, 기존에 균형을 이루어 공존하고 있는 수직-수평선을 교차하며 역동성을 부여한다. 작가는 캔버스 위에 수직선과 수평선을 켜켜이 쌓아 올리는 반복적인 작업을 통해서 세상과 존재에 관한 질문을 던지고, 이 두 관계의 조화로운 합일 점을 찾아가며 공간 회화를 완성한다. 

나에게 그림은 존재하기 위한 일로써 에너지의 소비, 존재의 물음, 균형, 세계관의 구축에 관한 배움의 공간이다. 이 일은 지루하고, 외로우며, 고단하다. 이유는 답도 규칙도 방식도 없는 허무함 속에서 존재하기 위해 몸부림치는 나를 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작가노트 중 

또한 박진규는 자신만의 독특한 작업 방식으로 다양한 시각적 효과를 만들어 낸다. 그는 붓이 아닌 주사기를 작업 도구로 사용하며 매우 치밀하고 계산적으로 작업을 한다. 먼저 작가는 직접 제작한 비닐에 물감을 넣고 이를 냉장 보관하여 물감의 점도를 조절한다. 이후 어느 정도 단단하게 굳어진 물감을 주사기에 넣은 후 위에서 아래로 중력과 함께 호흡하며 하나의 선을 그어 내린다. 이렇게 그어진 선들이 하나의 층을 구축하면 캔버스를 돌려, 처음 그은 선들을 직각으로 가로지르는 또 다른 선들을 긋기 시작한다. 캔버스를 돌려가며 작업하는 과정을 생각해 보면, 실질적으로 작가에게 작품 안의 모든 선은 수직선이다. 그의 에너지와 중력이 합일하여 하나의 수직선이 그어지는 엄숙한 순간, 무한의 공간이 시작되는 것이다. 
이러한 작업 과정에서 가장 흥미로운 점은 작가가 의도적으로 힘들고 고된 과정을 선택하여 작업을 풀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수백 시간 동안 수천 번의 선 긋기를 통해서 하나의 작품이 완성된다. 그에게는 작업을 하는 과정 그 자체가 목적이자 스스로 선택한 고행이다. 심지어 완성된 결과물보다 과정이 더욱 중요하다고 말할 정도이다. 

내가 무엇인가를 알기 때문에 시작 한 일은 없다. 모르기 때문에 알기 위해 시작한 것이다. 
답답한 마음에 사라짐과 늙음 에게 물어보았다. 그들은 침묵을 지켰고, 시간이 대답해주었다. 
“시간은 존재하지 않으며, 에너지만이 존재한다.” 
작가노트 중 

마지막으로 박진규는 자신의 작업이 어떠한 형식이나 경향으로 한정되는 것을 지양하며 자신만의 독특한 기법을 통해서 공간 회화를 구축하고 있다. 무대 미술을 전공한 그는 한 때 조각과 학생이기도 했고 회화, 조각, 설치, 무대 미술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자신의 작업적 기틀을 형성해왔다. 현재는 물감과 캔버스라는 회화적인 작업 방식을 선택하고 있을 뿐이다. 니체는 실존을 아래로 잡아당겨 한없이 무겁게 만드는 ‘중력’이 초인의 적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작가에게 중력은 극복할 대상이 아닌 받아들여야만 하는 존재론적 현실이며, 나아가 수직선을 그어 내는 창조적 도구이다. 그는 현실을 부정하는 유토피아를 지향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현실 속에서 존재의 본질을 찾고 있다. 박진규에게 수직선과 수평선으로 이루어진 기하학적 추상은 논리적인 사고 체계이자 가장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표현 방식이며, 삶의 본질을 향한 무한한 사유의 공간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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