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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물,달
Stone, Water, Moon

JJ중정갤러리에서는 최영욱, 김승영, 최준근 세 명의 작가의 초대전을 개최한다.이번 전시는 각자 작업의 주된 재료이자, 주제인 돌, 물, 달이라는 제목으로 회화 8점, 조각과 설치작업 4점을 선보이며 세 작가의 각자의 성찰을 통한 개인의 내면, 관계와 소통을 위한 모색들을 한 곳에서 만날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이다.

최영욱은 우리 나라의 달 항아리를 소재로 인간의 인생과 인연에 대하여 이야기 한다.
<Karma>연작은 도자기를 우리의 인생사와 많이 닮아 있다고 보는 작가의 관점으로부터 시작한다. 도자기 표면의 유약의 균열들은 인생의 여러 길이자, 갈라졌다가 또 이어지는 인연들이다. 또한 얇은 물감의 층이 무수히 쌓이며 완성되는 그의 항아리는 이 모든 것들이 반복되며 차곡차곡 채워지는 우리의 인생이며, 반복적 행위와 시간이 필요한 작업방식은 작가가 걸어온 인생에 대한 성찰의 수행일 것이다. 이토록 많은 것을 담은 그의 달 항아리는 조용히 단단하게 그 자리에서 우리를 바라본다.

김승영의 작업에 일관적으로 흐르는 주제는 자기 자신의 목소리이며, 내면의 움직임이다. 물을 이용한 그의 설치 작업 <Mind>에서 얼핏 고요해 보이는 물 안의 작은 동심원은 계속해서 돌고 있다. 빠르지 않지만 어딘지 모르게 불안한 속도로 회전하고 있는 그 작은 동심원은 작가의 내면이자, 우리들의 내면이기도 하다. 끝없이 동요하지만 겉으로는 숨기며 살아가야 하는 인간 내면의 복잡함을 그만의 정적인 언어로 표현한다. <Ripples>은 물방울이 떨어져 생기는 파동의 모습을 대리석으로 제작한 것이다. 떨어졌다 다시 뛰어 오르는 물방울의 모습은 소문자 'i' 를 연상시키고, 이는 곧 자기 자신을 의미한다. 자신을 둘러싼 물의 파동은 여러 개의 자아가 갈등하고, 또 다른 파동과 만나 흐트러지고 사라지면서 결국 조화롭게 섞이는 순간을 보여준다.

최준근의 <바다> 연작은 작가가 제주도의 바다의 풍경을 먹으로 그린 작업이다. 보이는 것은 순백색 화면에 흩어져 있는 돌이 전부이다. 따라서 그의 풍경은 한껏 열려있다. 물이 빠져나가 바닷가에 흩어진 돌들 같기도 하고, 혹은 바다에 부유하는 섬 같기도 하며, 단조로운 일상의 소독한 인간처럼 보이기도 한다. 작가는 돌을 그리기 전 밑 작업, 즉 하얀 배경을 만드는 데에 상당한 시간을 소요하고, 돌은 아주 가는 세필로 먹을 이용해 그린다. 따라서 그의 바다는 단순한 풍경의 재현이 아닌 사색을 바탕으로 한 상징적 관점의 대상이며, 기다림이고, 겸손이다.

돌, 물, 달은 세 작가의 작업을 따로 지칭하는 단어가 아니다. 김승영의 작업에서는 돌이 물이 되었고, 최준근의 작업에는 물을 드러내기 위한 돌이 있으며, 최영욱의 작업에는 돌처럼 단단하면서 그 모든 것을 담은 듯한 달이 있다. 이처럼 서로 다른 듯 어우러지는 그들의 작업을 통하여 자연 위의 인간이 아닌 자연을 닮은, 자연과 조화되는 인간의 본질에 대한 동양의 철학적 성찰을 느낄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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