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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In Between Revealed and Concealed

Seung Woo Hwang

2022. 4. 12 - 5. 15

JJ 중정갤러리는 4월 12일부터 5월 15일까지 황승우 작가의 개인전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을 개최한다.
JJ중정갤러리에서의 첫 번째 개인전으로, 이태리 카라라에서 귀국한 후 국내에서 열리는 작가의 세 번째 개인전이다.
이번 전시는 Head 신작을 포함해 작가의 초창기 작업까지 망라한 첫 전시로 작가로서 살아온 40여 년의 실험과 작품 철학을 엿볼 수 있는 뜻 깊은 자리가 될 것이다.

1.
내 경우 '소리 조각(Acoustic Sculpture)' '소리 조각(Acoustic Sculpture)'의 환경에 맞는 대형 작품은 이탈리아 우디네에 있는 베르제니스(Vergzenis)에 최초로 설치되었고, 그 후에 호주의 마루치 도어(Maroochi Dore), 선샤인 코스트(Sun shine coast), 덴마크 브래밍(Bramming), 한국의 이천 조각 공원, 과천 관문체육공원에 설치하였으나 조각으로서의 또 다른 가치나 실험 결과에 대해서는 아무 주목도 받지 못했다. - 작가 노트
황승우 작가는 조각의 본질에 대한 고민과 조각의 가장 오래된 재료인 돌과 철에 대한 다양한 가능성을 모색하는 조각가로서의 주제 의식과 창작 태도를 오랫동안 견지해 왔다. 작가는 일찍이 이탈리아로 가기 전부터 시도했던 ‘소리’를 조각의 문제로 끌어오는 아이디어를 구체화했다. 이 아이디어는 작가에는 최초의 의미 있는 시도였고 실험이었다. 형태와 소리를 엮은 것인데 어떤 형태를 가진 석재에 다양한 길이와 지름을 가진 구멍을 내어 그것을 두드리면 다양한 구멍의 모양만큼 여러 가지 소리가 나도록 하였다. 또한 그 구멍을 통해 흡수된 주변의 소리가 구멍들이 연결된 석조 내부에 만들어진 방에 의해 공명이 만들어지는 것에 대하여 그런 현상에만 머물지 않고 삶의 경험 등을 현상과 결합하는 것을 끊임없이 구상하였다.
2.
조각이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 특히 석 조각에서의 조각한다는 것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말하자면 객관화(Objectivity)나 환원(Reduction)의 개념을 물질화하는 것으로 생각이 옮겨갔다. 이것의 실행은 시리아 다마스쿠스에서 있었던 조각 심포지엄을 통해서였다. 무엇을 만들겠다는 밑그림과 생각 없이 석재를 자르기 시작했고 그 자름의 간격은 그라인더가 더 이상 얇게 자르지 못할 상태까지 잘라 나갔다. – 작가 노트
황승우 작가는 무엇을 만들고자 한 것이 아니라 시간과 물질, 운동으로써 작업을 진행했다. 결론이 없는 과정의 상태를 물질 위에 바로 실행한 것이다. 이 작업에 대한 중요한 개념은, 계획 없이 시작한다는 것이고 무엇을 재현하는 것도 아니며 오로지 과정만으로 작업이 형성되어 있다.
돌을 대상으로 더 이상 얇게 자르지 못할 상태까지 잘라 나갔다. 조각으로서 형체는 남아있어야 하는 까닭에 석재 덩어리가 먼지가 되어 버리기 전까지 자른 셈이다. 마치 종이가 쌓여 있거나 드러난 지층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종이나 지층을 재현한 것은 아니다. 무의미할 수 있는 반복을 하나의 덩어리로 만들어 애당초 인간이 가지고 있는 어떤 감성과 닿으면 새로운 질감을 가진 것으로 바뀐다.
작가가 생각하는 돌은 목적이나 기능이 없기 때문에 무규정의 지평에서 사유된다. 그것은 자유이자 동시에 불안 그 자체를 투영한다. 단지 존재하는 돌처럼 작가도 세계에 던져진 존재이다. 그러나 작가의 조각은 작가가 세상을 향해 던져 넣은 것이다.
작가의 작품은 순환과 살아 움직임, 삶의 덧없음, 무의미할 수 있는 삶들의 반복을 말하고 있으며, 모든 삶의 행위를 작업을 통해 이해하려 하고 있다. 즉, 휴머니티가 작업하는 동기가 되는 것이다.
이렇게 돌과 함께한 오랜 조각의 편력은 작가가 그리고 조각이 존재하는 과정에서 울리는 고독한 외침이다.
3.
나는 논리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이 되고 싶다. 작품이 나오는 과정은 동일하다.
나를 비롯한 인간에 대한 생각에서 출발한다. - 작가 인터뷰(2017)
이번 전시에서 주목해야 하는 흥미로운 단어는 ‘Chiasm’이다. Chiasm(교차)은 이것과 저것이 동시에 닿을 수 있는 장소가 존재할 수 있다는 시각을 적용하려는 자신의 작업 방향을 표현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어떤 여정 끝에 도달하여 신체 일부인 두상을 조각하는 것을 통해 작가의 실존을 반영하고 있으며, 이는 작가의 생각을 물질화 시킬 수 있는 대상으로 가장 적절하기 때문이다.
작가에게 실존의 문제는 시대의 유행으로 치부하지 않고 인류의 보편적인 화두로 삼았다는 점에서 오랜 시간 이어온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것과 연결되어 있다.
그것을 얼굴 한가운데가 터널처럼 뚫려 있는 얼굴, 크게 패인 얼굴, 돌을 정으로 쪼은 듯 쪼개진 얼굴, 여러 겹의 주름들로 이루어진 두상 등으로 은유하고 있다.
그에게 인간은 격렬한 존재의 과정 또는 존재하기 위한 투쟁이며, 이러한 Head 시리즈 작업을 통해 작가는 반복적 과정의 기저에서 고뇌와 사유의 흔적을 발견하며 인간의 본질에 대해서 탐구하고 있다.
우리 안의 다양한 얼굴을 만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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