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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EPING QUIET

Jin Hee Park, Hwa Su Yoo, Jin Pyo Jeon

2015. 03. 24 - 04. 10

JJ Joong Jung Gallery에서는 3월 24일(화)부터 4월 10일(금)까지 박진희, 유화수, 전진표 작가의 ‘침묵 속에서, Keeping Quiet’ 그룹전을 개최한다. 파블로 네루다(Pablo Neruda)의 동명 시로부터 착안한 ‘Keeping Quiet’는 서로 다른 이야기를 화면에 담아내고 있지만, 죽은 듯이 얼어 붙은 대지가 품고 있는 무한한 생명력처럼 ‘정지된 듯한 고요함’으로 살아있음을 증명하려는 강렬한 메세지이다. 이번 전시를 통해 그들만의 ‘살아있는 듯한 고요함’과 새로운 표현을 느껴보길 바란다.

박진희 작가는 유년의 기억으로부터 비롯 된 손으로 뜬 뜨게 직물이나 어린 시절부터 주변을 채워주던 장난감, 혹은 기억에 남아 있는 글귀나 생각 등을 비롯한 기억 속에 잔재하는 모든 부산물들로부터 작업을 시작한다.
새로운 작업인 시리즈는 유년기의 추억이 가득한 레고 브릭을 이용하여 프레임을 구성함으로써 작업의 핵심 주제인 ‘기억’을 표현한다. 여기에서 사용 된 프레임은 나에게 있어 가족의 행복한 순간을 간직한 사진을 넣어 집안 곳곳 장식이 되어 있던 액자의 의미를 넘어 유년 시절 기억의 부산물이자 나를 지켜주고 있는 따뜻한 보호막 같은 의미의 매체로서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핵심적인 구성 요소이다.
밀랍 속에 뜨개 물질들의 형상을 덮어 가둬 두기만 했던 방식에서 이제는 그것을 조금 더 드러내는 작업의 변화는, 혼자만 간직하고 보호하려 했던 지난 시절의 기억을 조금씩 꺼내 보여주고 나누고자 하는 내면의 변화를 반영한다. 더불어 성인이 되어 여행을 통해 느낀 다양한 감정들, 그리고 새로운 경험을 하며 생긴 생각과 인생의 긍정적인 변화를 작업에 녹여내고자 시도했다. 좋은 경험이 인생에 있어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듯, 나의 작업을 통해 이를 대하는 누군가가 따뜻한 에너지와 경험을 공유하길 바란다.

유화수 작가는 그림을 그리는 행위를 통해 현실에서 비현실 세계로 이행한다. 그것은 반복되는 일상과 습관적인 행동, 불합리한 상황 등 나의 삶을 구성하는 모든 환경에서 이탈하여 새로운 세계를 창출함으로써 드러난다. 개인적 체험이나 현실세계를 바탕으로 한 소재들을 둘러싼 느낌과 이미지들은 주관적으로 해석, 변형되어 캔버스 위에 비현실적 가상 세계로 표현된다. 사각의 캔버스를 주요 매체로 전제하고, 그 위에 ‘그리기’와 ‘오브제(fabric)’를 덧붙이는 행위를 통해 주관적 표현 및 허구와 환상으로서의 ‘가상 세계’ 만들기를 시도한다. 다른 세계로의 이행과 갈망을 일종의 도피 심리로 보았고 현실에 대한 불만족스러운 심리상태에서 발견하게 되는 심상, 그리고 자기 자신을 심리적으로 확대시켜 현실적인 외부 세계를 축소시키는 것으로 현실에서의 도피는 이루어진다. 아울러 현실에서 이루지 못했거나 혹은, 이루기 힘든 욕망을 상상 속에서는 실현할 수 있다. 이를 통해 현실과 비현실을 넘나들 수 있는 생각들이 생성 될 수 있기를 기대하였다. ‘가상 세계’ 는 실재하지 않는 풍경과 나르시시즘적 환상으로 드러난다. 캔버스에서 공간성 없이 표현된 야생화와 식물, 풀, 꽃들은 인공적이고 생명이 없는 아름다움일 뿐이다. 캔버스의 평면 위에 평면적으로 펼쳐진 것들은 사물의 껍질이기에 그림의 표면에서는 실재하지만 실체는 없는 세계를 표현한다.

전진표 작가의 작품은 과정으로의 회화를 통해 그 본질을 찾아내고자 하는, 그 근거가 지닌 본질을 대신한 삽집들을 떼어냄으로 표출되기 시작했다. 과정 자체가 작품이 되는 것이다. 고정성(固定性)에 대립하는 생성적 사유는 과정으로서의 회화에 대하여 그 본질에 접근할 수 있는 방법론을 제시하고 있다. 생성적 사유가 바로 존재 자체에 대한 사유이자, 생성의 다른 이름인 과정으로부터 일으키는 이성작용이기 때문이다.


이번에 선보이는 새로운 연작들(Soft spectacle series)에서는 무수한 선들이 소실점 없이 그리드를 이루며, 평면적인 화면을 구성한다. 또한 미세한 색상의 차이들이 겹겹이 그라데이션을 이루어 화면을 가득 메우기도 한다. 대상의 묘사가 아닌 색의 경계로 확장되고 평면화된 화면은 스스로에게 현실과의 ‘앵프라맹스’가 되어 머물지 않는 영원의 것을 반 형상적으로 구현가능 하도록 한다. 이전의 작품에서 선들이 만들어낸 원근과 입체가 눈이 머무는 가상의 풍경이 되어 이데아가 되어주었다면, 소프트 스펙티컬 시리즈에서는 스스로 단절되고 가리워진 세계 앞에 느끼는 가상의 공간과 현실세계와의 경계가 되어, 영원히 지속될 풍경을 제시하고자 한다. 그리고 그 반복과 중첩의 행위 속에 스스로 본질의 영역에 접근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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